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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이는 자연과 인공(문명)의 상태. 보이는 것,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정체성의 혼란과 심리적인 갈등을 겪는 현대인의 삶을 이야기한다.’은신처’, ‘갇힌-섬’등으로 명명된 작업에서 작가는 자연에서 따온 서재와 인공의 느낌이 강한 재료를 결합시켜 만든 오브제를 도시 속 공간에서 던져놓음으로써 낯설고 불안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러한 작업은 고립과 단절이라는 현대인의 절박한 상황을 연상시킴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그와 같은 심리 상태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얻게된다. 정서적 동질감의 인식에서부터 작품을 통한 소통은 이루어진다. 더 나아가 작가는 집중력을 요하는 정신적 노동과 동시에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노동의 고단함을 수반하는 작업과정 속에서 정체성 찾기와 갈등 해결의 방법을 제시한다. 임선이는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부조리한 여행’을 조심스레 꺼내어 놓는다.
여행지는 인왕산이다. ‘왜 인왕산인가?’ 인왕산은 서울 한가운데 위치한 상징적인 산이며, 도시와 공존하는 자연이다. 일단 임선이의 작업 소재로서 적당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선택의 이유는 이러하다 그림책에서,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습득한 인왕산에 대한 이미지가 항상 지나치던 거리에서 무심코 바라본 산의 실재에 입혀진 인왕산으로 인지되었을 때의 놀라움! 그 강렬했던 인상에서부터 작가의 인왕산 여행은 시작된다. 그런데 여행방법이 꽤 독특하다. 먼저 산의 형태를 축적된 지도를 이어 붙여만든 지형도를 통해 탐색한다. 여행 전 지도를 보며 여행지의 정보를 파악하는 순서와 같다고 할까. 그 다음, 여행의 행로는 발로 뛰는 노력 대신 종이 오리기와 쌓기라는 행위를 통해 수행된다. 또한 여행의 기록은 사진 찍기를 통해 새로운 양상으로 탈바꿈한다. 여행자의 피곤함은 충혈된 눈으로 인해 지도 위에 붉은 선으로 표시된다. 이 모든 것이 여행을 은유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할때 얻을 수 있는 의미 전달의 효과만큼이나 그의 은유적인 방식은 묘한 설득력을 지닌다.
‘부조리한 여행’ 작업을 좀 더 유심히 관찰해 보자. “지형도의 축적을 통한 수리적 지리탐사 작업”을 거친 후 분격적인 여행(노동)이 시작된다. 지형도의 등고선을 따라 오려나가면 구멍 뚫린 큰 사각형 종이 한장과 구멍 모양의 종이 한장으로 분리된다, 수천장의 지형도를 같은 방법으로 잘라낸 후, 각각을 중심에 맞춰 쌓으면 요철(처럼 서로 분이 된 두가지 입체를 완성한다. 즉, 하나는 산의 모형, 또 다른 하나는 산의 모양이 빠진(부재된)모양 그대로 전복된 협곡을 품고 있는 사각 종이더미가 된다. <붉은 눈으로 본 산수>라 이름 지어진 이 작품의 종이층 사이사이를 따라 시선을 옮겨본다, 무채색 또는 단색조의 오브제는 보는 행위에 자체에 집중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미세한 돌기조차 감지해 내도록 시각을 예민하게 자극한다. 시선에 대한 탐구는 사진작업으로 거듭된다.
‘부조리한 여행’ 마지막 단계에서 남겨진 것은 사진작업을 통해 한층 더 왜곡된 ‘부조리한 여행’이다<3초점의 시선(풍경)>이란 제목의 작품에서는 인공적으로 눈의 기능을 교정하는 안경처럼 근.중.원경이 동시에 포착된다. 3초점의 시선 처리는 매우 어색하고 평면적인 느낌을 주데, 작가는 인공적인 조명을 사용하는 극명한 명암 대비를 부여함으로써 전체를 채우고 실제보다 확대된 크기로 출력한다. 즉, 인공적 장치에 의해 거리감은 최소화되고 깊이감은 증폭되며 규모는 배가 되어 극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 이로써 현대도시의 산수풍경은 전혀 새로운 이미지의 풍경으로 환원된다.
요컨대, 임선이의 작업은 3차원(실제의 산)에서 2차원(지형도)으로, 다시 3차원(산의 모형, 협곡 모형)에서 2차원(풍경사진)으로 거듭되는 지각의 변화를 통해 인식의 여과작용을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은 진행할수록 실재에서 멀어지고, 특수성은 희박해진다. 대신 작품을 대하고 있는 누구에게든 자신이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펼쳐주는 열린 풍경이 된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그 차이를 인정하고 허용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그것이 바로 ‘부조리한 여행’을 통해 작가가 외부와 송통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임선이의 작업은 끊임없이 시각적 혼돈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야기하며 현대의 풍경을 규정짓는다. “흔들리는 눈에 의한 보기의 드로잉”이라 함은 현대인의 불확실하고 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사회의 양상을 자연풍경에 기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임선이의 독특한 창작방식이다. 도시 속 무수히 존재하는 자연적 소재 가운데 어떤 것이 임선이의 시선에 붙들려 인식의 범주로 넘어올지, 그래서 이 다음엔 어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정나영 / SOMA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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